
주식투자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끝없이 많은 종목과 ETF입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만 알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투자를 시작해 보니 선택의 폭이 너무 넓었습니다.
인터넷에는 매일 새로운 추천 종목이 올라오고, 유튜브에서는 지금 사야 할 종목과 절대 놓치면 안 되는 ETF를 소개합니다.
처음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백화점에 가면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여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선택장애가 왔다'고 말합니다.
주식시장도 저에게는 똑같았습니다. 무엇을 사야 할지 결정하기보다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가 더 어려웠습니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많은 종목을 담은 내 계좌
처음에는 국내 지수 ETF부터 시작했습니다.
장기투자를 생각했기 때문에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종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주가 오를 것이라는 뉴스를 보면 은행주를 매수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조선업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선 ETF를 사고, 반도체가 유망하다는 말을 들으면 반도체 관련 종목을 찾아봤습니다.
주변에서 단기 매매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코스닥의 저렴한 종목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하루에도 몇 퍼센트씩 오르는 종목을 보면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 사람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사람 말도 맞는 것 같아 하나씩 사다 보니 어느새 제 계좌에는 10개가 넘는 종목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느새 '다이소 계좌'가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제 계좌에는 투자 원칙이 없었습니다.
ETF도 있고 개별주도 있었으며, 성장주와 배당주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장기투자를 위해 샀다는 종목도 있었지만 며칠 만에 매도한 종목도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이런 계좌를 '다이소 계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양한 물건이 진열된 다이소처럼 이것저것 종류는 많은데, 왜 샀는지 명확한 기준은 없는 계좌를 의미합니다.
그 표현이 처음에는 웃겼지만 나중에는 제 계좌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 금액도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처음에는 1만 원, 2만 원을 투자하는 것도 망설였는데 어느 순간에는 그보다 훨씬 큰 금액도 별다른 고민 없이 매수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인형뽑기를 하면서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다가 예상보다 많은 돈을 쓰게 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조급함이었다
전문가들은 항상 "주식을 사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것도 아니고, 산업의 전망을 깊이 공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감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결국 투자라기보다 기대에 가까운 매매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조급함이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수익을 보고 싶었고, 계좌가 조금만 올라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반대로 조금만 떨어져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생각보다 제 투자 멘탈은 강하지 않았습니다.
계좌를 정리하니 마음도 정리되었다
그래서 확신이 없는 종목부터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도하면서 커피 한 잔 값 정도의 작은 수익도 얻었습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은행 예금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종목을 줄여 가면서 더 큰 변화를 느꼈습니다.
계좌를 확인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주가의 작은 움직임에도 예전만큼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투자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잠깐의 하락에도 불안했고, 하루에도 여러 번 주가를 확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투자자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투자 원칙을 먼저 생각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종목 수가 많다고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몇 개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왜 그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종목을 매수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이 종목을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5년 뒤에도 계속 보유할 수 있는가?'
'지금의 매수는 원칙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욕심 때문인가?'
아직도 배우는 과정이지만, 최소한 남의 말만 듣고 무작정 매수하는 일은 많이 줄었습니다.
주식투자는 결국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과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수익보다 원칙을 먼저 지키는 투자자가 되기 위해 천천히 경험을 쌓아가려고 합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고 '나도 다이소 계좌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이 경험을 기록한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